[비즈 칼럼] 유료방송 생태계가 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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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정부의 규제는 사회를 바람직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취하는 각종 조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시작된 규제라도 잘못하면 규제의 회피, 규제의 악용, 또 다른 규제 야기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한다. 미국 시카고대의 선스타인 교수는 이를 ‘규제의 역설’이라 명명했다. 좋은 의도로 시작된 규제가 사회에서 쉽게 통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규제의 역설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에서 1919년에 시행된 금주법이다. 알코올 중독과 술로 인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각종 불법 주류의 유통 등 사회문제가 발생해 1933년 폐지됐다. 한국에서는 2001년 시행했던 백화점 셔틀버스 규제를 예로 들 수 있다. 주변 영세 상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오히려 자가용 이용자만 늘어 백화점 주변의 교통 체증을 초래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한국 유료방송 산업 생태계는 다른 산업에 비해 복잡하고 취약하다. 유료 방송인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는 가입자에게 수신료를 받고, 지상파 방송 등 방송 채널을 편성해 가정으로 송출한다. 유료 방송은 지상파 방송 등에 방송 채널을 받아 편성하는 대가로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급한다. 반면에 TV홈쇼핑 채널로부터는 시청자들에게 프로그램을 전달해 주는 대가로 ‘송출 수수료’를 받고 있다. 유료 방송은 방송 채널에 지속적으로 인상된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급해 왔다. 지상파 방송 등이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도 재승인 조건 등으로 방송 매출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지급하도록 규제했기 때문이다. 반면 TV홈쇼핑 송출 수수료는 사업자 간 자율 협상을 통해 비용을 결정하고, 정부 규제도 없어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유료 방송은 가입자들로부터 사업에 필요한 수신료를 받아 운영하고,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수신료는 정부가 이용 약관 승인 등을 통해 규제하고 있어 인상이 불가능하다.
     
    최근 정부는 방송 채널 프로그램 사용료와 TV홈쇼핑 송출 수수료에 대해 일정 기준을 정해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전체 방송 시장이 축소돼 사업자 간 갈등이 고조되는 현실에서 정부 규제가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규제보다는 유료 방송 생태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는 상생 방안 모색이 더 시급하다. 현재의 왜곡된 유료 방송 시장 구조는 요금 규제 등으로 나타난 규제 역설의 효과다. 이를 다시 규제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조치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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