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비질란티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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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대학생이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의 풀기 위한 ‘네티즌 수사대’의 노력이 이어지면서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경찰의 수사를 불신하고 자신들이 ‘집단지성’을 동원해서 사건을 파헤치면 사인과 범인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함부로 관련자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하고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면서 사건과 별개로 새로운 피해를 낳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한국의 네티즌들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2013년 미국 보스톤 마라톤 대회 폭탄 테러 사건 때는 레딧(Reddit)이라는 인기 소셜미디어 사이트에서 사용자들이 언론에 공개된 테러 비디오를 분석해서 범인을 찾아냈다고 믿었고, 그 인물을 온라인에서 추적해서 이름과 사진 등의 개인정보를 공개했다. 하지만 정작 체포된 범인은 전혀 다른 인물이었고, 미국 네티즌 수사대가 지목한 인물은 그 후 실종되었다가 강에서 투신자살한 것으로 보이는 시신으로 발견되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
     
    사실 경찰이 아닌 시민들이 직접 뛰어들어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잡는 일은 근대적인 경찰이 탄생하기 전에는 일상적인 일이었고, 경찰이 등장한 이후에도 꾸준히 일어난다. 미국에서는 이를 비질란티즘(vigilantism)이라고 부른다.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슈퍼맨 같은 슈퍼 히어로들의 행동도 결국 그 범주에 속한다.
     
    미국에서는 이런 네티즌 수사대의 작업을 돕는 앱까지 등장했다. 페이팔과 팰란티어를 만든 실리콘밸리의 갑부 피터 틸이 투자한 ‘시티즌(Citizen)’은 사설 경찰병력까지 만들려다가 반대에 부딪혀 포기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성장과 국가 권력에 대한 불신이 만난 교집합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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