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변호사 숫자 늘었는데 ‘나홀로 소송’ 왜 급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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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961년 8월 중년 남성 무직자가 주거침입 절도죄로 기소돼 미국 플로리다 주 법정 판사 앞에 섰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변호사를 수임할 경제력이 없던 클라렌스 기디온은 국선변호사를 요청했으나 판사가 거부했다. 배심원 앞에서 열심히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률 지식이 없던 그에게는 역부족이었다. 유죄 평결을 받고 징역 5년형을 받았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작성한 상소장을 연방 대법원에 제출했다.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를 획기적으로 확장한 기디온 대 웨인라이트(Gideon vs. Wainwright) 재판은 이렇게 시작됐다.
     

    국가 형벌권의 공정성 훼손 우려
    국선변호 확대 등 대책 검토하자

    연방 대법원은 중죄 사건에서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는 공정한 재판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권리이며, 법 앞의 평등을 보장하는 장치로써 모든 주에서 형사 절차에 적용해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이 판결을 계기로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더 강화했다.
     
    국가 형벌권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행사돼야 하며, 형사 절차는 사법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 및 국가 기능과 깊은 관련이 있다. 국가 작용의 근간인 형사 절차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경제력에 따라 본인 의사에 반해 변호인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국가 형벌권의 공정성은 심각하게 의심받을 것이다.
     
    2020년 『사법연감』과 대법원이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1심 형사 합의부에서 17.3%가 변호인 없이 재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 사건에서는 그 비율이 45.3%나 된다. 절반에 가까운 사건에서 변호인이 없다는 것은 공정한 재판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더구나 ‘나홀로 소송’은 증가 추세다.
     
    매년 형사 합의 사건에서 나홀로 소송을 경험한 3000여명의 피고인은 자신의 경제적·법적 불평등에 좌절했을 것이다. 이러한 불공정 상황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가. 형사소송법상 필요적 변호 사건, 국선 변호사건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나홀로 소송은 증가하고 있다. 가사 사건에서 나홀로 사건이 70%가 넘는 지역도 있다고 한다. 2002년 메릴랜드 주 통계에 따르면 나홀로 소송의 60%가 여성이고, 44%는 흑인이며, 9%는 히스패닉이라고 한다. 이들 중 대다수는 수입이 많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 민사 본안 소송의 71%가량이 나홀로 소송이다. 특히 소송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고액의 민사 소송에서도 약 30%는 원고·피고 어느 쪽도 변호인 없이 나홀로 소송하고 있다.
     
    물론 나홀로 소송이 모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법률 정보를 인터넷으로 쉽게 얻을 수 있고, 대법원이나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각종 소송 관련 서식과 법률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나홀로 소송하는 당사자의 특성이나 이유 등에 대한 통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혹시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변호사를 구하지 못해 억울한 판결로 사법 피해자가 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나홀로 소송의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변호사 숫자가 늘어났음에도 여전히 법률 구조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여전히 많은 국민은 높은 변호사 수임료를 부담스러워한다. 필요하다면 변호사 숫자를 더 늘려야 한다.
     
    개인에게는 소액 사건도 다수의 피해자가 존재한다면 집단소송제를 확대해 변호사가 소송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작은 불법을 반복해 큰 이익을 얻는 사람이 있다면 징벌적 배상 등으로 그 책임을 묻는 것이 합당하다. 변호사의 무료 변론 활동도 점검해 경제적 약자의 부당한 피해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절차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최후의 보루는 결국 사법 절차이기 때문이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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