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용구 사건, 수사관 한 명 꼬리 자르고 넘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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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일구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9일 서울경찰청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진상 조사 발표에 앞서 ‘부적절한 처리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술을 마시고 택시기사를 폭행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부실 수사 의혹을 진상 조사한 경찰이 5개월 만에 결과를 내놨다. 이 전 차관에 대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적용했지만 한마디로 ‘꼬리 자르기’식 내용이다. 서울경찰청 합동진상조사단은 당시 사건을 맡았던 서초경찰서 A경사가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압수 등을 하지 않고 상부 보고도 하지 않았다며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반면에 서초서장과 형사과장 등은 이 전 차관이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후보로 거론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이 확인됐지만 혐의가 명확하지 않다며 감찰이나 경찰수사심의위로 넘겼다. 특가법 위반 혐의로 처리될 사안을 단순 폭행으로 바꾼 ‘봐주기 수사’의 책임을 일선 경찰관 한 명이 진 셈이다.
     

    말단 수사관의 개인적 일탈로 마무리
    윗선 개입 없다는 경찰 셀프조사 한계

    윗선 개입이나 무마 청탁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힌 대목이 특히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조사 결과 서초서 생활안전계 직원은 서울청 생안계 직원과 서초서 정보과 직원에게 수사 내용을 전했다. 서초서장도 생안계장으로부터 유력 인사라는 보고를 받았다. 이 전 차관 사건이 반의사불벌죄인 단순 폭행으로 바뀐 시점은 지난해 11월 9일 오후 1시50분쯤인데, 그의 신분과 관련한 일련의 보고는 모두 그 이전에 이뤄졌다. 조사단은 대상자들의 통화내역 등을 분석했더니 관련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일선 경찰 간부는 “공수처장 후보가 연루된 사건을 알면서도 위에 어떤 식으로든 보고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경찰은 대책이라며 내사 사건 처리를 수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마치 이 전 차관 건이 내사 단계여서 보고가 미흡했다고 주장하는 모습이지만, 현행 규정에는 이미 주요 인사에 대한 내사도 보고토록 돼 있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고위 공무원 등과 함께 변호사의 범죄는 보고 및 수사지휘 대상의 주요 사건으로 분류돼 있다. 내사 착수 때도 필요하면 보고토록 했을 뿐만 아니라 파출소장부터 경찰서장, 시도 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장 등 단계별로 절차까지 명시돼 있다. 발표대로라면 현행 규정이 여러 단계에서 지켜지지 않은 셈인데, 윗선과의 고리를 자르려다 보니 멀쩡한 제도 탓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전 차관 폭행사건이 내사종결된 이후 그를 법무부 차관에 내정했다. 경찰 조사 정보가 정말 청와대로 전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관을 시킨 것이라면 인사 검증에 문제가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정 운영 기관의 난맥상이 심각함을 보여준다. 반대로 이 전 차관의 사건을 인지하고도 정권의 필요 때문에 임명한 것이라면 국민의 눈을 가린 것이 된다. 두 경우 모두 문제다. 이 전 차관 사건을 둘러싼 경찰 셀프조사를 신뢰하기 어려운 만큼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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