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인사이트] 중국의 굴기는 왜 세계를 불편하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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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치영 인천대 중국학술원장

    중국공산당(이하 중공)은 사실상 중국의 유일 정당이자 집권당이다. 오는 7월 1일은 중공 창당 100주년 기념일이다. 1921년 세워진 중공은 국민당과의 혁명전쟁에서 승리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이후 올해까지 72년간 중국을 이끌어오고 있다.
     

    중국 보는 외부 시선 곱지 않은 건
    중국 부상하며 보인 태도가 원인
    ‘공산당 독재’ 계속해서 강조
    서구 실망시키며 불안감만 야기해

    중국은 최근 중공 창당 100주년 경축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중국 중앙방송인 CCTV에선 ‘금일중국(今日中國)’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각 지방의 휘황찬란한 발전을 자랑하고 있다. 또 ‘산하세월(山河歲月)’이라는 100부작 다큐멘터리에선 중공이 어떤 희생과 헌신으로 중국과 중화민족을 이끌어왔는지를 그리고 있다. 중공이 100년의 분투를 통해 중국과 중화민족을 근대의 치욕에서 구원했고 이젠 다시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서게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런 장면에는 중공의 자신감이 짙게 묻어난다.
     
    한데 중공의 이 같은 자신감과는 달리 중국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곱지 않다. 중국 외부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외부 인식의 변화는 물론 중국의 빠른 발전과 관련이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론 중국의 굴기에서 보이는 중국의 태도 변화가 그 원인이다.
     
    2010년 중국의 G2 부상은 새로운 초강대국의 등장을 의미한다. 새로운 초강대국의 등장은 세계질서의 재구성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기존 질서를 불안정하게 한다. 새로운 질서의 구성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기존 이익을 침해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초강대국의 등장에 대한 기대와 불안, 그리고 견제가 공존한다.
     

    중국 공산당은 7월 1일로 창당 100주년 기념일을 맞는다. 1921년 7월 23일 창당했지만 초기에 정확한 창당일을 몰라 1일을 기념일로 정했다. [중앙포토]

    중국 공산당은 7월 1일로 창당 100주년 기념일을 맞는다. 1921년 7월 23일 창당했지만 초기에 정확한 창당일을 몰라 1일을 기념일로 정했다. [중앙포토]

    후진타오(胡錦濤) 시기 중국은 자신의 부상이 야기할 외부의 불안과 견제를 완화하고자 나름 애를 썼다. 중국의 부상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평화로운 부상(和平崛起)”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2012년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등장 이후 그러한 입장은 급변했다.
     
    시진핑 시기 중국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의 하나가 대외적으로 중국의 입장을 거칠게 천명하는 ‘전랑외교(戰狼外交)’다. 전랑외교는 돌출된 사례가 아니다. 시진핑 시기 이뤄진 일련의 변화가 외교 영역에서 집약적으로 표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
     
    시진핑 시기 중국에선 중국의 발전 전략에 대한 세 가지 변화가 있었다. 중국의 장기 발전 목표 수정, 중국 모델의 제기, 그리고 대외전략 수정이다. 중국은 개혁과정에서 2049년까지의 장기적 발전 목표인 ‘두 개의 100년 분투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두 개의 100년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을 가리킨다.
     
    중국의 2세대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은 개혁 초기 장기적 발전 목표를 제시하는데, 그것이 87년 13차 당 대회에서 3단계 발전 전략으로 확정된다. 3단계 발전 전략이란 ▶1980년의 GDP를 1990년까지 두 배로 늘리고 ▶20세기 말까지 다시 그것을 두 배로 증가시키며 ▶21세기 중엽엔 기본적인 현대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중공은 97년 15차 당 대회에서 21세기 중반인 건국 100년 즈음에 사회주의 현대화의 기본적 실현을 목표로 하는 ‘두 개의 100년 분투 목표’를 제시하고, 2002년 16차 당 대회에선 창당 100주년까지 소강(小康)사회의 전면적 건설을 목표로 내세운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주요 일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주요 일지

    한데 시진핑은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 ‘두 개의 100년 분투 목표’를 전면적으로 수정한다. ‘두 개의 100년 분투 목표’를 2020년과 2035년, 그리고 2050년의 새로운 3단계로 구분하고, 발전 목표를 전면적으로 조정한 게 그것이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까지 전면적 소강사회 실현을 완성한다는 걸 전제로, 사회주의 현대화의 기본적 건설을 2035년으로 앞당긴다.
     
    또 두 번째 100년 즈음인 2050년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사회주의 현대화의 기본적 건설은 중진국 수준의 발전을 뜻한다.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은 세계를 앞장서서 이끌어가는 국가를 말한다. 세계를 앞장서서 이끌어가겠다는 건 패권국가로서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패권국가 중국은 또 하나의 초강대국 등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시진핑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중국몽(中國夢)’으로 제시하며, 현재의 국제정세를 “100년에 없는 대변동의 국면”이라고 보는 것과 관련된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유일한 문명이자 세계의 중심으로서 중국적 보편과 질서를 형성해왔던 중화제국의 역사적 영광을 회복하겠다는 걸 뜻한다.
     
    또 ‘100년에 없는 대변동의 국면’이란 중화가 쇠락한 근대 시기에 형성됐던 세계질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국면이다. 결국 중국의 부상이 뜻하는 건 중국이 단순히 초강대국으로 등장하는 차원을 넘어 보편과 질서를 형성해왔던 제국의 부활이자 새로운 보편의 형성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공이 19차 당 대회에서 ‘중국 방안’을 제공해 인류 문제의 해결에 공헌하겠다고 한 것은 이와 관련된다. ‘중국 방안’은 중국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개발도상국의 현대화 모델이다. 이런 중국 모델의 제기는 중국의 성공에서 비롯된 ‘네 개의 자신감(四個自信)’에서 출발한다.
     
    ‘네 개의 자신감’은 2012년 18차 당 대회에서 제기한 중국의 길, 중국의 이론, 중국의 제도에 대한 자신감과 시진핑이 2016년 중공 창당 95주년 기념식에서 언급한 중국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합친 것이다.
     
    이는 개혁개방을 통한 발전과 중국의 사회주의와 혁명 과정에서 형성된 제도와 이론뿐 아니라 중국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긍정을 의미한다. 중공이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건설 및 혁명, 중국 전통문화의 계승자로서 그런 경험과 자신을 활용해 중국적 보편을 창출하겠다는 이야기다.
     
    ‘중국 방안’은 아직은 불명확하다. 그러나 제도에 대한 자신감은 공산당 독재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포함한다. 이는 18차 당 대회 이후 당의 영도와 권력 집중을 다시 강조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정치체제 개혁과 민주를 강조하지 않고 ‘국가 관리체제와 능력의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당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관리체제의 합리화가 모색 방향의 하나다.
     
    미국이 2020년 ‘대중전략 보고’에서 중국의 경제발전이 시민 중심의 자유로운 개방적 질서를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실망감을 표시한 배경이기도 하다. 중공이 공산당 독재의 보편성을 주장하지는 않지만, 공산당 독재에 대해 강조를 하는 건 서구의 관점에서 볼 때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중공은 또 대외정책의 원칙을 변경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질서에 대한 중국적 담론을 제기하고 있다. 시진핑 시기 중국은 인내하면서 할 일을 한다는 ‘도광양회 유소작위(韜光養晦 有所作爲)’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한다는 ‘분발유위(奮發有爲)’로 대외정책의 원칙을 바꿨다.
     
    미국이 표방한 ‘아시아로의 회귀’에 대응해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를 제기하고, 인류운명공동체 운운과 같은 국제질서에 대한 중국적 담론의 제기도 이와 관련된다. 그건 중국이 자신의 위상에 걸맞은 국제적 역할을 수행하고 중국의 발언권을 확보하면서 중국적 질서를 모색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서구 쇠락 기미에 중국 지도자 흥분했나

    중국은 ‘중국 방안’을 통해 중국적 보편을 제시하고, ‘중국의 담론’으로 국제질서를 재구성하는 초강대국을 꿈꾸고 있다. 미국 중심의 질서와 근대 이후 서구적 가치에 대한 도전이다. 2018년 시작된 미·중 충돌은 중국의 부상과 변화로 인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2008년 미국의 경제위기와 유럽의 극우파,미국의 트럼프 등장 같은 경제적 쇠락 및 정치적 퇴조와 관련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지도자들이 다소 흥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미·중이 충돌하자 중국 당국자들은 자신의 목표는 대외적 메시지가 아니라 대내용일 뿐이라고 한다. 시진핑은 2021년 신년사에서 ‘강국’이란 표현을 빼고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만을 이야기했다. 이는 중국이 현 상황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한 결과다. 하지만 양국은 이미 미·중 충돌이란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중국이 제시하는 ‘중국 방안’과 ‘중국의 담론’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홍콩이나 신장(新疆)에서 벌어지는 일은 중국의 내정 여부를 떠나 중국의 실천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중국 방안’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걸 말해준다.
     
    ‘일대일로’도 그렇다. 저발전 지역에 대한 개발의 유효성에도 불구하고 그 방식은 과거 제국주의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빨리 자신의 목표를 드러냈다는 걸 뜻한다. 일정한 좌절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반복적으로 재생하면서 지속해 온 유일한 세계 제국이다. 좌절에도 불구하고 중국적 질서와 보편을 만들어가려고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초강대국 중국’은 우리에겐 상수다. 그건 우리의 위치가 현재의 보편 제국 미국과 미국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보편을 추구하는 중국의 사이에 끼어있다는 의미다. 역사적으로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환경이다. 지난 2000년간 중국 옆에서 생존을 추구해야 했던 조상들의 지혜를 재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안치영 인천대 중국학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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