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진적 기업문화 드러낸 쿠팡 화재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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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팡 이천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지 나흘만인 20일 뼈대만 남은 물류센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후진적 기업문화에 원인이 있다고 분노하고 있다. 뉴스1

    쿠팡 이천 물류센터 화재 진압 도중 실종됐던 김동식(53·소방경) 구조대장이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구체적인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SNS에는 성난 소비자들의 쿠팡 회원 탈퇴 인증이 잇따른다. 평소 화재 현장에서 영웅적 헌신을 해 온 김 구조대장의 안타까운 사망이 직접적인 이유다. 하지만 뉴욕 증시에 직상장한 글로벌 혁신 기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후진적인 쿠팡의 기업문화에 대한 분노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폭발한 측면이 있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곳곳서 안전 불감증
    글로벌 혁신기업 걸맞은 시스템 갖춰야

    사건 당일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화재 초기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자 관리자가 오작동이라며 계속 꺼 사고를 키웠다고 한다. 좀 더 수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만약 사실로 드러난다면 안전 불감증을 넘어 인명 경시적 태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쿠팡은 물류센터뿐 아니라 배달을 둘러싼 작업환경 등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팡의 비인간적인 기업문화가 큰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얘기다. ‘쿠팡은 화재의 피해자가 아니라 직접적인 가해자’라며 경영진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온 이유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나온 전·현직 쿠팡 노동자들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국민청원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는 냉방시설이 부족하고, 사측은 열사병 증세로 현기증이 나는 직원들에게 “포도당 사탕을 먹고 일하라”고 권했다고 한다. 안전수칙을 기대하기 어려운 작업환경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5월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 발병이 벌어졌을 때는 유증상자가 근무하는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아 경기도로부터 2주간의 집합 금지명령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작업 환경 개선은 없었다는 게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사망 사고도 잇따랐다. 쿠팡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가 지난 1년간 9명에 달한다.
     
    지난해 코로나19 집단 발병 당시 방역수칙 위반으로 우리 사회에 큰 피해를 주고도 경영진은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강제 폐쇄조치 사흘 만에 홈페이지에 고객과 회사 간 문답 형식으로 사과 시늉을 했을 뿐이다. 이번에도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김범석 창업자는 사고를 수습하는 대신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겠다”며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에서 사퇴했다. 사측은 예정된 인사라고 설명했지만, 큰 사고가 난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책임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사고를 수습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 아무리 혁신적 서비스를 내놓는다 해도 소비자 마음을 잃으면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쿠팡은 이제라도 글로벌 혁신 기업에 걸맞은 인간 존중 기업문화를 정착해 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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