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의 한반도평화워치] 국운 걸린 미·중 대응 노선, 갑자기 바꿔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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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정상회담이 제기한 6가지 문제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장

    한국 외교가 당면한 최대 난제 중 하나가 동맹국 미국과 인접국 중국 사이의 처신이라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이 사안을 그리 심각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기이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역대 정부는 모두 미·중 사이에서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사안 별로 편의적 대처를 해왔다.
     

    모호하던 한국의 미·중 대응, 한·미 정상회담서 미국으로 확 기울어
    정부 움직임 보면 노선 선회가 정책 방향 정립한 결과일 개연성 희박
    북한 문구 반영 위해 동맹·중국 관련 미국 주문을 수용한 결과인 듯
    편의적인 급변침은 새 문제 야기할 것, G7급 국가 격에도 맞지 않아

    그러니 미국과 중국은 다투어 한국을 견인하려 했다. 한국은 미국이 당기면 미국 쪽으로, 중국이 당기면 중국 쪽으로 오갔다. 미국은 동맹인 한국의 행태에 불만을 쌓았고, 중국은 한국을 더 견인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다. 한국은 미·중의 견인력에 더 휘둘렸다.
     
    최근에는 미·중 대립이 압도적인 외교 환경이 되었으므로 이런 대처가 초래할 폐해는 더 커졌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좌표와 방향을 설정하여 정책에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고, 미·중의 기대치를 조정하는 일이 더 긴요해졌다.
     
    그동안 미·중 사이 반사적 대응
     

    위성락의 한반도평화워치 그래픽

    위성락의 한반도평화워치 그래픽

    4년 전 촛불 민심이 온 나라의 변화를 주문하고 이를 배경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필자는 미·중 사이에서 무원칙한 반사적 대응 식의 구태 외교가 끝나기를 기대했다. 원칙 있고 일관된 새로운 외교를 갈망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나도록 새로운 외교는 보이지 않았다. 한국은 여전히 모호하고 회피적인 태도를 답습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서 중국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한·미 외교·국방 2+2회의를 열었을 때도 한국은 지극히 회피적이었다. 2+2 공동발표문에 중국 관련 언급이 전혀 없었다.
     
    그러던 한국의 태도에 일대 변화가 관찰된 것은 한·미 정상회담에서였다. 한국은 공동성명에서 최초로 대만해협을 언급한 것은 물론 남중국해, 규칙 기반 국제질서, 민주, 인권, 법의 지배로부터 동맹 강화, 미사일 지침 폐기, 코로나 진원지 조사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꺼릴 입장에 대거 동조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대폭 미국의 주문을 수용했다. 수십 년간 모호하던 한국이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런데 기이한 한국적 현실은 이런 엄청난 일이 별일 아닌 듯 지나간다는 것이다. 보수 진영은 단순하게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 환영하고, 진보 진영은 마뜩잖으면서도 자기편이 한 일이라고 호평한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이 정도의 노선 선회에 대해서는 그 함의와 파장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교훈이 나오고, 그래야 외교가 발전한다. 몇 가지 필수 질문을 통해 이 작업을 해보고자 한다.
     
    정부, 공동성명의 북한 관련 성과 홍보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 질문은 정부가 왜 미·중 사이에서 노선을 급변침했는지, 이것이 의도한 정책 전환인지 일 것이다. 정상회담 전후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노선 선회가 정책 방향을 새로 정립한 결과일 개연성은 희박하다. 불과 한 달 보름 전 한·미 2+2회의에서 지극히 신중하던 정부다. 정상회담 후에도 정부는 노선 선회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회피하려 했다. 그러면서 대만해협을 비롯한 중국 관련 언급들이 통상적으로 나오는 원칙적 표현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대신 정부는 공동성명에 반영된 북한 관련 문구를 성과로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공동성명을 살펴보면 한국은 동맹 및 중국 문제에 대해 미국의 주문을 들어주고, 북한 문제에 대해 한국의 주문을 반영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노선 선회로 비치게 된 연유는 북한 관련 문안과 동맹 및 중국 관련 문안 간의 주고받기 때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동성명의 전개 방식은 시종 미국식 논리로 정연하다. 미국 초안에다 한국의 북한 관련 주문만 끼워 넣은 인상이다.
     
    그러면 여기서 둘째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한·미가 주고받은 사안 간에 등가성은 있는가. 한국이 북한과 관련해 확보한 것은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성명의 기초 위에서 북한과 협상한다는 언급,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 미국의 대북 대화 의지다. 성 김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임명한 것과 미사일 지침을 폐기한 것도 성과다.
     
    주고받은 것을 비교해 보면 한국이 내준 동맹의 지역적 글로벌 역할 강화와 중국 관련 새로운 입장 표명은 정책적 함의를 갖는 것으로써, 추후 우리의 행보를 구속할 것이다. 이에 반해, 얻은 것인 북한 관련 문구들은 명목상 함의만 가지므로 등가성은 별로 없다. 물론 등가성이 적더라도 얻어 낸 것이 나름의 효용을 보인다면 주고받기는 정당화될 수 있다.
     
    북한은 남북 대화 응할 가능성 적어
     
    그렇다면 셋째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얻은 것의 실질가치는 어느 정도인가. 정부가 애써 얻은 북한 관련 표현들은 남북,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실질가치는 북한의 대화 호응 여부에 달려있다. 그러나 그간 대화에 불응해온 북한이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볼 가능성은 적다.
     
    공동성명에 표명된 미국의 대북 대화 의지는 원론적이다. 그것도 제재 이행, 대북 억지, 북한 인권, 미사일 지침 철폐 등 북한이 싫어할 내용과 함께 제시되었다. 더욱이 미국은 북한을 대화로 끌어낼 인센티브를 구사할 생각이 없다. 미국은 공이 북한 코트에 있으니, 북한이 협상에 나와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다.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성명을 확인한 것도 북한에 큰 선물은 못 된다. 이것을 부인하면 북한이 자극받겠으나, 이를 확인했다 해서 달라질 것은 없기 때문이다. 성 김 임명도 북한에 큰 의미는 없다. 그 직위는 종래에도 있었다. 그때 협상에 진전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한국은 남북관계 진전을 촉진하여 북미 대화와 선순환을 이루려고 하나, 정작 북한이 남북 대화에 응할 가능성도 적다.
     
    기대효과가 이 정도라면 넷째 질문은 과연 중국의 반발 강도는 어느 정도일까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해협은 내정 문제, 한·미의 언급 불용, 불장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한국의 G7 회의 참가 직전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집단 대결을 선동하고 평화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반대한다. 시비곡직을 파악해 바른 입장을 견지하며 정치적 공감대를 지키고 편향된 장단에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강도 있는 반발이다.
     
    한국의 대미 경사 지속 불투명
     
    그러면 앞으로의 일을 전망해 보자.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보한 한국의 입장 전환(?)에 기초해 후속 주문을 낼 것이다. 미국은 한국이 초청된 G7에서 그런 노력을 했다. G7은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위한 외연 확대 차원에서 열린 사회 성명을 추진했다. 한국도 서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으로서는 계속되는 미국의 중국 견제 주문이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G7의 열린 사회 성명이 중국 등 특정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
     
    한편 중국은 지속해서 한국의 대미 경사를 견제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 그동안 그저 그렇던 한·중 관계까지 어렵게 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힘들여 도출한 북한 관련 표현이 바이든 행정부의 의미 있는 입장 변화라고 보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대화를 피하고 도발적으로 나올 개연성이 상존한다.
     
    여기서 다섯째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면 한국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동맹과 중국 관련 입장은 지속가능한가. 정부는 중국 관련 언급이 통상 나오는 표현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입장을 손쉽게 반복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애당초 마음먹고 노선 선회를 한 것도 아닌 데다 중국의 반발은 심하고 얻어낸 성과마저 북한의 대화 불응으로 무용하게 되면 미국의 주문에 계속 부응할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공동성명에서 언급한 노선을 지속할지는 불확실하다.
     
    후속 이행 부진하면 미국 신뢰 상실
     
    그러나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동맹 및 중국 문제에 관하여 한국의 의미 있는 정책 전환을 견인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국이 후속 이행에서 발을 끌면 한·미 간에 신뢰의 문제가 생길 것이다.
     
    요컨대 금번 정상회담은 일견 한·미 관계를 진전시키고 북한과의 대화 여건을 조성한 것처럼 보이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상황 전개 가능성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이 보인 노선 선회에는 진심이 실려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그런 행보는 외양상 중대한 정책 전환으로 비친다. 진심과 외양 사이의 괴리가 큰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을 제기하고 싶다. 나라의 명운이 달린 미·중 사이 정책 노선을 이렇게 다뤄도 되는가. 아닐 것이다. 촛불 민심으로 들어온 정부로서는 더욱 아닐 것이다. G7의 체급에 도달한 나라로서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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