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G7 의전 사진 한 장으로 G8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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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영국에서 열린 올해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한국이 인도·호주·남아공과 함께 게스트로 초청받았다. G7은 선진 산업 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7개국을 지칭한다. 이들 GDP를 합치면 세계 경제의 절반에 육박한다.
     

    10위 경제국 위상 맞는 외교 못 펴
    한국 뜻, 글로벌 어젠다 반영해야

    세계 선도국가들의 모임에 우리나라가 초청받은 것은 뿌듯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G7 정상회의 결과는 한국 외교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 수준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서다. 올해 G7 정상회의는 코로나19 위기 와중에 주요국 정상들의 대면 외교가 펼쳐져 예년보다 큰 관심을 끌었다.
     
    이번 정상회의는 ‘대서양 동맹’ 복원의 무대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재임 중에 미국은 전통 우방들과 불화하면서 대서양 동맹의 뿌리가 흔들렸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가치 외교’를 내걸고 동맹 복원 의지를 분명히 했다.
     
    세계는 중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던 G7이 중국에 던지는 메시지에 주목했다. ‘가치 외교’의 기치 아래 뭉친 G7 정상들은 예상대로 공동성명에서 신장 위구르의 인권과 홍콩의 자율성 존중,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동·남중국해에서 일방적 현상 변경에도 반대했다. 중국은 많이 불편했을 것이다.
     
    이번 G7 정상회의의 핵심 어젠다를 보면 왜 한국·인도·호주·남아공이 게스트로 선정됐는지 알 수 있다. 인도와 남아공은 극심한 코로나19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과 호주는 영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인도·호주는 중국과 심각한 갈등 중이고, 한국은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의 바닥을 경험했다.
     
    인도·호주는 미·일이 주도하는 쿼드(Quad)의 일원이고, 한국은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군사동맹국 중 하나다. 무엇보다 이들 4개 국가는 세계가 인정하는 민주 국가들이다. 이런 판세를 읽었다면 사전에 충분히 대비했어야 맞다.
     
    다른 게스트 국가들은 G7 정상회의를 자국 어젠다 증진 기회로 십분 활용했다. 개도국 대표로 초청된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개도국의 코로나 극복을 위한 G7의 재정 지원을 역설했다. 인도 모디 총리도 코로나 위기 상황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가장 적극적 활동을 보인 것은 호주 모리슨 총리였다. 영·미와 각각 정상회담을 했고, 미·영·호 3자 정상회담도 성사시켰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만나 ‘경제적 강압’ 반대 카드로 중국에 돌직구를 날렸다. 다자회의와 국익을 접합해 자국에 유리한 메시지를 끌어냈다.
     
    한국은 무엇을 얻었나. 문재인 대통령이 존슨 영국 총리 옆에 선 사진과 영부인의 화려한 패션이 부각됐다. 오스트리아·스페인 국빈 방문은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 절실한 이유가 불분명했다. 코로나 위기 국면에 ‘한가한 유람’처럼 비쳤다.
     
    남북 교류협력을 강조하는 것이 이 정부 기조인데, G7 공동성명에는 북한 규탄 일색이었다. 일본과 각을 세우는 것이 이 나라 외교인데, 일본 견제 메시지도 얻지 못했다. G7 성과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을 의식한 듯 “우리는 G7 공동성명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참 허무하다.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 목적은 무엇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중국 입장도 고려하자는 반론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처지가 달라서 G7과 발맞추는 데 한계가 있다면, 그런 한국 입장을 보편적 언어로 당당히 설명했어야 했다.
     
    세계 선도국가는 경제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G7 정상들 가운데 끼여 사진 찍었다고 G8이 되지는 않는다. 한국의 관심사를 보편적 언어로 승화해 글로벌 어젠다에 반영해내야 한다. 그런 치열한 노력 없이 사진 찍는 것만으로는 절대 G8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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