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문 대통령이 감동한 대접과 국격을 만든 건 6·2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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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대훈 수석논설위원

    해외에 나가면 애국심이 절로 생긴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랬나 보다. 5월의 한·미정상회담과 6월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직후 SNS에 올린 소회에는 나라 사랑의 자부심이 물씬 풍긴다. 미국에선 “정말 극진히 대접받는 느낌이었다”고 소개했고, G7에선 ‘한강이 이룬 기적의 역사’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전했다. 부패와 기득권에 찌든 ‘적폐의 나라’에서 ‘국뽕’ 프레임으로 돌변한 인식 전환이 생경했지만 그래도 고마웠다.
     

    한·미정상회담과 G7 정상회의는
    우리의 국격과 대접 유지하려면
    어떤 외교를 할지 일깨워준 기회
    6·25전쟁의 아픈 경험에 답 있다

    대접과 국격. 문 대통령의 벅찬 감동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한·미정상회담은 대접에 방점이 찍혔다. “최고의 순방, 최고의 회담”이라며 만족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해리스 부통령, 펠로시 하원의장 등 최고위급 거물에게서 극진한 환대와 예우를 받았으니 감격할 만했다. 2017년 12월 명색이 국빈(國賓)으로 방문한 중국에서 혼밥의 푸대접을 당했던 기억을 반추하면 감회가 더욱 남달랐을 것이다.
     
    영국 콘월 G7회의에서는 격상된 국격을 실감한 듯하다. 문 대통령은 귀국 후 22일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과 국격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나라가 됐다”고 흥분의 여운을 털어놨다. 솔직히 문 대통령이 맨 앞줄에서 G7 정상들과 함께 찍은 한장의 사진은 우리의 국력을 상징하는 압축적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 외교무대에서 주눅 들지 않고 서방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코로나19, 기후변화, 자유·공정 무역 등 지구촌 현안을 논의하는 반열에 올라섰으니 내심 뿌듯한 게 당연하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고 선언했다.
     
    과장이나 허풍이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66달러에서 2020년 기준 3만1880달러로 약 480배 치솟았다. 올해 한국의 1인당 GNI는 G7(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중 이탈리아를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환율과 물가 수준을 고려한 한국의 구매력은 일본을 이미 추월했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도 있다. 한국을 포함한 ‘G8’이 황당한 꿈이 아닐 수 있다. 이런 성취는 세계 최빈국이라는 불명예를 딛고 기적처럼 경제발전을 이뤄낸 국민들의 헌신과 땀의 결과물이다. 이에 더해 “6·25는 오늘의 우리를 만든 전쟁”이라는 지난해 6·25전쟁 기념식에서 밝힌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핵심을 찌른다.
     
    오늘은 6·25전쟁 71주년이다. 중국은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 북한은 ‘조국해방전쟁’이라고 자기들 입맛대로 부른다. 우리는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고 모호하게 정의한다. 6·25의 성격 규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명확했다. 정상회담 중 청천강 일대 전투에서 인해전술로 밀려온 중공군을 혈투를 벌이며 물리친 94세의 6·25전쟁 영웅에게 무공훈장을 수여하는 행사에 문 대통령을 초청한 것은 일종의 메타포어였다. 한국과 미국은 한편으로 싸운 혈맹이었고, 그 반대편에 중국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일깨웠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우방의 핏값으로 중국의 공산화를 막아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가능했다는 메시지도 담겼다.
     
    문 대통령은 훈장 수여식에서 “미국 참전용사들의 그 힘으로 한국은 폐허에서 다시 일어나 오늘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누리는 국격과 대접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6·25전쟁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나 할까. 쉽게 비유하자면 냉전시대에 편을 잘 먹었기에 이 정도 컸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국익에 따라 움직이는 냉혹한 국제 외교에 공짜는 없다. 대접에는 청구서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한미·G7 정상회의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와 중국몽(中國夢)이, 미국의 더 나은 세계 재건(B3W, Build Back Better for the World)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가 거칠게 충돌한다. 쿼드 군사동맹과 반도체 경제동맹을 요구하는 미국과 “불장난 말라”고 위협하는 중국이 서로 우리 편에 서라고 으르렁댄다. 세계 질서의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신냉전시대의 전조라고들 걱정한다. 미국과 중국이 전쟁으로 치닫는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경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통지서가 날아들지 모른다.
     
    문 대통령은 “우리보다 훨씬 크고 강한 나라인데도 그들이 외교에 쏟는 정성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했다. 진심이라면 편협한 흑백논리에 갇혀 죽창가를 부르는 토착 왜구 놀음을 이제 접어야 한다. 중국 앞에서 “높은 산봉우리”라고 치켜세우는 비굴한 외교로는 “과거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는 중국의 왜곡된 역사관을 고칠 수 없다.
     
    대접은 나를 알아주는 것이고, 격(格)을 맞춰주는 게 친구다. 한·미정상회담과 G7회의는 대한민국의 국격과 대접을 유지하려면 어떤 외교를 펼지를 알려준 소중한 기회였다. 줄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진실 말이다. 6·25 한국전쟁의 아픈 경험에 그 답이 있다.
     
    고대훈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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