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글씨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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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예 P팀 기자

    글씨, 잘 쓰십니까. 30대 당 대표 당선으로 여의도에 파란을 일으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다. 이번엔 글씨다. 지난 14일 국립대전현충원에 남겼던 방명록이 불씨가 됐다.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디지털 세대, 컴퓨터 세대들의 글씨체는 다 이런가”라고 지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준석 글씨’가 포털에서 연관 검색어가 됐다. 그의 글씨가 재차 뉴스가 된 건 지난 23일. 악필 논란을 의식해서였을까. 제주 4·3평화공원을 찾아 글을 남겼는데 확연히 필체가 달라져 이목을 끌었다.
     
    글씨 정치에 능한 인물을 꼽으라면 북녘의 ‘그분’을 빼놓을 수 없다. 북한은 지난 2016년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필 서명 장면을 공개했다. ‘당 중앙은 위성발사를 승인한다’ 는 문구였다.
     
    북한에선 김일성 필체를 ‘태양서체’로, 김정일 필체를 ‘백두산서체’로 부르는데 김 위원장은 아버지의 백두산체를 배웠다. 바라보다 보면 묘한 느낌이 드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글씨도 백두산체에 속한다. 지난 2018년 특사 자격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던 김 부부장은 독특한 필체로 “평양과 서울이 우리 겨레의 마음속에서 더 가까워지고 통일 번영의 미래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합니다”라고 썼다. 한 글자 한 글자 공들여 썼음직 한 이색 필체였다.
     
    우리나라 1호 필적학자인 구본진 변호사의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에 따르면 베토벤, 괴테, 레오나르도 다빈치까지 당대의 천재로 불렸던 이들은 알아보기 힘든 악필이었다. 유명 일화도 있다. 나이 마흔, 사랑에 빠진 베토벤은 곡 제목에 연모하는 여인의 이름인 테레제를 적었건만, 엉망인 글씨 탓에 ‘엘리제를 위하여’라는 지금의 곡명이 붙었다는 얘기다.
     
    민 전 의원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들며 글씨를 사람의 됨됨이라고 평했지만, 필체연구에 몰두한 구 변호사의 말은 이렇다. “잘 쓴 글씨와 못 쓴 글씨는 스스로 추구하는 인간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필적학적으로 악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글씨보다 사람의 알맹이가 핵심이란 뜻이다. 사족이지만, 이 대표 필체에 대한 그의 평(?)도 함께 남긴다. “글씨 연습을 조금 하면 금방 좋아진다. 젊으니까, 글씨체는 바뀐다.”  
     
    김현예 P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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