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의 민낯 보여준 홍콩 빈과일보 폐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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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 시민들이 24일 새벽 빈과일보 사옥 앞에 몰려와 마지막으로 발간된 신문 1면을 펼쳐 보이며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시민들이 24일 새벽 빈과일보 사옥 앞에 몰려와 마지막으로 발간된 신문 1면을 펼쳐 보이며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의 언론 자유가 24일 조종(弔鐘)을 울렸다. 홍콩의 대표적 반중(反中) 매체인 빈과일보가 폐간된 것이다. 2002년부터 중국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고 우산혁명, 송환법 반대에 앞장서 온 빈과일보는 수뇌부 체포와 자산 동결 등 당국의 전방위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24일 새벽 마지막 호 인쇄를 끝으로 문을 닫았다.
     

    수뇌부 체포·자산 동결로 비판 언론 고사
    우리도 통제 목적의 ‘언론개혁’ 신중해야

    홍콩 당국은 지난 17일 경찰 500명을 투입해 빈과일보 편집국을 압수 수색하고, 창업주·주필·편집국장을 줄줄이 체포했다. 자산 1800만 홍콩달러(약 26억원)도 동결해 숨통이 막힌 빈과일보가 스스로 문을 닫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자유민주주의 세계에선 상상도 하지 못할 폭거다.
     
    창간한 지 26년 된 빈과일보는 일관된 목소리로 베이징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홍콩 민주화를 지지해 왔다. 베이징 입장에선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그래서 빈과일보를 사실상 강제 폐간시키면서 “쓴소리하는 언론은 이렇게 된다”는 냉혹한 실례를 만든 것이다. 앞으로 홍콩의 신문·방송들이 자체 검열을 통해 당국에 ‘알아서 기는’ 보도만 하게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중국 정부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시대착오적 언론 탄압을 중단하기 바란다. 빈과일보가 마지막 호를 인쇄한 날 홍콩 시민들은 3시간 전부터 줄 서 기다린 끝에 2~10부씩 사들였다. 이 ‘무언의 시위’ 덕분에 빈과일보는 평소의 약 10배인 100만 부를 찍었다고 한다. 중국 당국은 빈과일보를 없앤다고 자유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꿈마저 제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중국의 언론 탄압은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미디어 혁신 특위가 지난 17일 발표한 언론개혁 방안을 보면 언론 자유에 재갈을 물릴 소지가 다분한 독소 조항이 넘쳐난다. ‘포털의 뉴스 편집권 배제’라는 명분 아래 인공지능(AI)에 의한 뉴스 추천을 막고, 친정부 성향 위원회가 기사 배열 기준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정권에 비판적인 뉴스의 확산을 막으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가짜 뉴스는 손해액에 최대 3배의 배상을 물린다는 ‘징벌적 손해 배상제’도 심각한 독소 조항이다. 허위 보도는 명예훼손에 따른 민형사상 처벌·배상 등 현행 법규로도 충분히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 과도한 징벌적 배상제를 추가한다면 헌법상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명약관화하다. 진보 성향인 언론개혁시민연대조차 “고위 공직자나 공인·기업인들이 이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을 정도 아닌가. 민주당이 이런 우려를 무시하고 졸속 입법을 밀어붙인다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중국의 언론 탄압을 비판할 자격이 있나”란 비판이 제기되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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