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해운 대란 해결, 답은 해운법 29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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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가 간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기업들은 수출입화물을 정기적으로 운송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들은 정기 선사가 미리 공표한 입출항 일정표에 맞춰 수출입화물을 실어 보내기로 했다. 예를 들어 1주일에 2회 부산항을 출발해 미국 서부 해안까지 정기 운항하려면 8척의 배가 필요하다. 문제는 과열 경쟁이다. 경쟁으로 운임이 급락하면 정기 선사들은 도산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운송인과 화주는 운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해운동맹이란 제도를 만들었다. 19세기 말부터 정기선은 이런 동맹 체제에서 안정적인 해운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1980년대부터 해운 동맹이 지나친 카르텔이라고 해 유럽에서부터 폐지 운동이 일어났다. 정기선 시장도 운임 자유경쟁 체제로 들어갔다. 이른바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유럽 대형선사들은 대형선을 만들어 컨테이너 단위당 운임을 낮추고 정기 선사의 숫자를 줄이는 등 과점화 전략을 폈다. 그 결과 규모가 작고 정부의 지원이 없는 정기선사들은 합병을 당했다. 한진해운이 파산한 것도 낮은 운임을 견디지 못한 이유가 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운 운임이 폭등하고 있다. 유럽행 운임의 경우 이 기간 약 10배가 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한 육상 작업 지연도 있지만, 시장 과점화로 선박이 부족한 것도 폭등의 큰 원인이다. 완전경쟁 상태라면 선박 공급이 유입되므로 바로 가격은 안정돼야 한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동서 항로의 정기 선사는 과거 20여개에서 현재 9개로 줄었다. 운임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진 것이다.
     
    한국 수출입 물동량은 미주나 유럽보다 동남아 시장(50% 이상)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코로나 사태에서도 10여개 국적 정기선사들이 안정적으로 화주들에게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운임 인상도 2배를 넘지 않는다. 이유는 1978년부터 해운법 제29조를 통해 운임, 노선 조정 등 공동행위를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불허되는 미국·유럽 항로와 다른 점이다. 해운법 제29조가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효자 노릇을 한 셈이다.
     
    1980년대 이후 등락이 심한 정기선 시장의 불안정을 빨리 해소해야 한다. 정기선사들이 화주와 협의로 운임을 일정한 폭을 두면서 유지하게 하고, 공급 조절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 공동행위 폐지가 능사가 아니다. 유럽에서의 운임 공동행위 폐지는 과점화로 나타났다. 운임, 노선 조정, 예비 선박 확보 등에 대한 공동행위를 허용하면서 각국 정부 혹은 국제기구가 지도 감독하는 체제를 확립하자. 해운법 제29조가 좋은 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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