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안의 시선]K방역에 킹크랩 출몰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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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을 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연합뉴스]

    지난 4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을 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연합뉴스]

     K 방역의 저력은 빈말이 아니었다. 뒤늦게 코로나 19 예방 접종을 시작했지만, 순식간에 1차 접종자가 30%에 이르렀다. 짧은 기간 전국 의료기관을 통해 1529만명을 소화해내는 작업은 간단치 않다. 더욱이 백신은 1인용 앰풀이 아닌, 5명(얀센)ㆍ10명(아스트라제네카ㆍAZ) 기준 용기(바이알)에 담겼다. 주사기 성능과 의료진 솜씨에 따라 바이알 당 3명 치 잔여 백신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복잡한 함수에서 백신을 버리지 않고 전부 사용하기란 여간 고난도가 아니다. 바이알을 열면 6시간 안에 써야 하는 시간제한까지 있다. 방역 당국이 고안한 잔여분 처리 방안이 귀한 백신의 허비를 막았다. 의료기관마다 대기 명단을 준비하고 네이버ㆍ카카오의 잔여 백신 예약 시스템을 활용해 접종자를 모았다.
     

    출발 늦었지만 백신 접종 기록적
    교차 접종 우려, 매크로 동원 조짐
    전문가 경험, 현장 의견 경청해야

    보건소 직원들의 노력도 한몫했다. 일선 의료진 사이에서 모처럼 보건소에 대한 칭송이 들린다. ‘공무원 퇴근 시간 이후에 혹시나 해 보건소에 전화했더니 직원이 받더라. 그것도 친절한 목소리로’라는 등의 믿기지 않는 경험담이 회자한다. 토요일에도 보건소 담당자와 통화가 이뤄지고 백신이 남는 돌발 상황을 물으면 담당 직원이 면피하지 않고 소신껏 지침을 줘 낭비를 막는 등 대한민국 공무원 역사에 보기 드문 미담이 이어졌다. 접종률 30%의 기적은 이런 헌신이 모인 결과다.  
     

    6월 27일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 [뉴시스]

    6월 27일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 [뉴시스]

    반면 미비점도 드러났다. 당장 코앞에 ‘교차 접종’ 이 닥쳤다. 1차에서 AZ 백신을 맞은 돌봄 인력ㆍ의료진ㆍ경찰관 등이 2차에선 화이자 백신을 맞는 대규모 실험이 진행된다. AZ 백신 물량에 차질이 생겨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일정이 지연되는 것보다는 교차 접종으로 진행하는 게 효과나 안전성에서 적절하겠다는 전문가 의견”을 언급했지만 상반된 견해도 적지 않다. “교차 접종의 안전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아 위험할 수 있다”는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대표적이다. 당국은 화이자 백신이 불안하면 나중에 AZ를 맞으라는 지침을 내놨다. 이 경우 항체 형성이 미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전 경고가 나오는 ‘교차 접종’과 효과가 떨어지는 ‘지각 접종’ 중 택일하란다. 두 달 전만 해도 보건 당국은 교차 접종에 부정적이었다. 두 번 맞아야 하는 백신의 물량 계산은 쉽다. 1차 접종자의 2차 물량 확보는 상식이다. 접종자 숫자를 늘리고 보자는 실적주의가 기본을 무너뜨렸다.
     
    네이버ㆍ카카오 활용은 효과가 컸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병ㆍ의원에서 남는 백신을 등록하면 눈 깜짝할 새에 소진된다. 그런데 당국이 우선순위를 둔 대상자가 예약에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지적이 나온다. 접종이 시급한 고령자가 배제된다는 얘기다. 인터넷 활용 능력의 세대 차를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다. 수혜층인 30~40대도 불만이다. 떴다가 ‘순삭’(순간 삭제)하는 잔여 백신 알림을 경험하면서 “몇 시간 동안 앱만 들여다보느라 진이 빠졌다”는 좌절담이 이어진다. 병원에선 잔여 백신을 등록하면 전화가 빗발쳐 곤욕을 치른다.
     
    미비점의 원인을 추적해보면 소통 부족과 ‘코드 방역’으로 귀결된다. 코로나19는 초기부터 이변의 연속이다. 목표를 상회한 백신 접종률에 거리 두기를 완화하지만, 확진자 수는 닷새 연속 600명을 넘어섰다. 세계를 긴장시킨 델타형 변이에 국산 항체치료제의 방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발표가 나왔다. “건강 부문에서 거둔 수확이 새로운 질병 앞에서 무력해지고 기존의 치료제에 면역이 생긴 병원균이 다시 반격하는 것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고 한 미국의 경제사학자 데이비즈 S 랜즈의 분석이 실감 난다.  
     
    예측 불가한 상황일수록 전문가의 경험과 지혜를 활용해야 한다. 교차 접종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김우주 교수만 해도 사스ㆍ신종플루ㆍ메르스 등 감염병 사태마다 큰 역할을 했다. AZ 2차 접종 물량 부족을 일찌감치 경고한 그의 예측력이 “(AZ가 있다면) 화이자나 모더나를 쓸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했던 청와대 방역기획관에게 뒤지지 않는 것 같다. 방역 당국이 낸 아이디어가 겉보기와 달리 속으로 곪는 현상은 소통을 강화해야 파악이 가능하다. 방역 당국은 포털 잔여 백신 예약에 매크로를 이용한 의혹이 있다고 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댓글에 ‘공감’을 무한 클릭한 매크로 ‘킹크랩’이 떠오른다. 젊은 사람들이 잔여 백신 예약을 위해 하도 클릭을 하다 보니 팔이 떨어질 지경이라는 하소연에 귀를 기울였다면 이미 개선책이 나왔을 거다. 뒤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1차 접종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역량이면 새로 닥칠 위기도 헤쳐나갈 수 있다. 전문가의 쓴소리를 경청하고 현장의 우려에 귀를 열어야 집단 면역의 난제가 풀릴 수 있다.

    강주안 논설위원

    강주안 논설위원

      
    joo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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