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은의 트렌드터치] 공간은 화면보다 매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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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 디자인공학과 교수

    백신 접종과 함께 막혔던 하늘길이 뚫릴 것 같은 기대심리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높은 접종률을 보이는 미국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신규매장 오픈소식이 들렸다. IT업계의 절대 강자 구글이 지난 6월 17일 뉴욕 첼시에 오프라인 스토어를 개장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운영체제를 만들고 온라인 이메일 서비스를 하는 기업의 리얼 라이프 데뷔는 충분히 이슈가 될 만하다. AI스피커 구글 홈을 필두로 자사가 개발한 픽셀폰이나 픽셀북, 2019년 인수한 피트니스 워치 핏빗과 네스트 스마트가전 등의 라인업을 갖춘 이 매장에서는 굿즈 판매와 편리한 A/S까지 이루어져 고객들의 애착 관계도를 형성시키고자 한다. 온라인 상에서 못 하는 것이 없는 온라인 조물주 구글도 제품을 구입할 때 실물을 보고 사용해 보고싶은 소비자들의 가장 원초적인 체험 욕구를 충족시켜주진 못했다. 온라인 상의 대리 체험에 한계를 느낀 구글은 과감히 오프라인으로 출격했다.
     

    오프라인의 경험적 매력
    현실세계 에너지의 응집소
    필요한 것 대신 로망 파는 곳
    ‘소매의 종말’ 아닌 ‘재탄생’

    장기화되는 코로나로 언택트 산업이 가속화되며 가뜩이나 어려운 오프라인 시장은 문자 그대로 ‘소매의 종말(Retail Apocalypse)’을 맞은 것 같은 공포에 휩싸였다. 2017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이 단어는 대형 완구기업 토이저러스나 유명 백화점 니만 마커스 등 굴지의 유통기업이 오프라인 매장을 대거 폐점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사태로 큰 충격을 주며 회자되기 시작했는데, 곧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더해져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잡지 못한 유통업계에 누적된 구조적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었을 뿐 그 누구도 오프라인 공간 자체의 존재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다. “리테일은 죽지 않았다. 재미없는 리테일이 죽었을 뿐이다.” 라고 한 하이드 오닐 나이키 대표의 말처럼 오프라인 매장은 앞으로 풀어야 할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트렌드터치 6/28

    트렌드터치 6/28

    정확히 말하자면 오프라인 매장의 ‘종말’이 아니라 공간에서의 가치가 ‘재해석’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공간은 소비자와의 중요한 터치 포인트이자 응집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물리적 근거로 작용한다. 액정화면 너머에서 나는 신기한 냄새와 살갗에 소름을 돋우는 스산한 온도, 반사신경이 먼저 반응하는 눈부심과 접촉의 따스함, 이는 온라인에서 느낄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다. 이러한 오프라인 고유의 현실감각에 더해 시대에 맞는 기획력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탑재한 새로운 공간들이 부활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리얼 라이프를 극대화하고 장점을 활용한 오프라인 공간의 첫 번째 부활전략은 데이터 수집 장소로서의 역할이다. 미국의 베타(b8ta)를 필두로 츠타야 가전의 플러스(Plus) 등 리테일 공간 내에서의 데이터 수집이 활발하다. 앞으로는 제품 판매만큼 중요한 것이 그 공간에 모여드는 사람들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다. 매장에 들어와 어느 쪽으로 제일 먼저 가는지, 주요 동선은 어떻게 되고 어떤 제품 앞에서 가장 오래 머물며 탐색했는지, 제품 조작 시 사용성에 문제는 없는지 등 무의식적인 행동들을 데이터로 수집하고 분석해 유의미한 자료로 가공해내는 데이터 비즈니스의 주요 무대가 되는 전략이다.
     
    두 번째로는 체험공간, 즉 마케팅 창구로서의 역할이다. 오프라인 공간의 활용가치가 변했다. 이제는 다르게 팔아야 한다. 공간은 고객경험을 통해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며, 이는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된다. 신기한 경험, 힙한 감각, 신뢰,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희소성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험공간으로서의 컨셉팅을 고도화시키고 그에 맞는 KPI로 재설정해야 한다.
     
    마지막 전략은 온라인과의 팀플레이다. 사실 더 이상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채널을 구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온라인 세상에 주도권을 빼앗겼다고 억울해할 시간이 없다. 편의의 결정체인 온라인과 실체적 경험의 오프라인 공간, 이 둘의 완전한 결합만이 살길이다. 온라인과 완벽한 팀을 이루어 서로를 보완해야 한다.
     
    코로나로 오프라인이 다 죽었다고 생각하기엔 우린 모두 현실 세계에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다. 좋은 제품을 보여주는 곳에서 희귀한 것을 보여주는 곳으로, 필요한 것을 파는 곳에서 로망을 파는 곳으로, 코로나의 종식과 함께 오프라인 매장의 거듭나기가 본격화될 것이다.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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