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수의 에코사이언스] 변덕스런 장마를 온실가스 배출로 더 헝클어 놓는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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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7월이 코앞인데 장마전선은 아직 일본 규슈 남쪽에 머물고 있다. 예년 같으면 열흘 전에 제주도에서 장마가 시작했겠지만, 올해는 며칠 더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체계적인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제주도에서 7월에 장마가 시작된 경우는 1982년(7월 5일)뿐이었다.
     

    지난해 최장 기록, 올해는 ‘지각’
    아시아 몬순 17억 명에 영향 줘
    기후변화 탓에 폭우 늘어날 전망
    활발한 연구는 잘 모른다는 방증

    지난해는 장마가 너무 길어서 탈이었다. 제주도에선 평년보다 이른 6월 10일 시작됐고, 중부지방은 6월 24일부터 8월 16일까지 54일간 이어지면서 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됐다. 중부지방 장마 강수량은 851.1㎜로 역대 1위를 기록했고 물난리 피해도 컸다.
     
    장맛비는 장마전선에서 내리는 비를 말한다. 지난 10~18일 9일 동안 부산에 비가 8일이나 내렸지만, 장마가 아니다. 흔히들 북쪽 시베리아 기단이나 오호츠크 해 기단이 남쪽 북태평양 기단과 만나서 장마전선이 형성돼 장맛비가 쏟아진다고 생각하지만, 늘 그런 것도 아니다. 공주대 대기과학과 장은철 교수에 따르면 장마철 집중호우 원인은 세 가지다. 북쪽 고기압과 남쪽 고기압이 충돌하는 전형적인 형태 외에도 지름 100㎞가 넘는 큰 규모의 한랭 건조한 저기압이 고온다습한 남쪽 북태평양 고기압과 충돌하는 경우, 지름 100㎞ 이하의 중간 규모 저기압과 남쪽 고기압이 충돌하는 경우에도 장맛비가 쏟아질 수 있다.
     

    아시아 지역에 여름 몬순이 닥친 가운데 지난 22일 인도 아메다바드 주민이 폭우에 침수된 자동인력거(오토릭샤)를 밀고 있다. [AP=연합뉴스]

    아시아 지역에 여름 몬순이 닥친 가운데 지난 22일 인도 아메다바드 주민이 폭우에 침수된 자동인력거(오토릭샤)를 밀고 있다. [AP=연합뉴스]

    장마는 인도에서 한반도와 연해주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아시아 몬순의 일부다. 겨울에는 육지 고기압이 강해져 북서풍이 불고, 여름엔 바다 고기압의 세력이 강해서 동남풍이 불고 비가 내리는 게 몬순이다. 아시아 몬순 지역에는 세계 30개 큰 강 가운데 10개가 있고, 17억 명이 살고 있다. 몬순은 물·에너지·식량 공급에 영향을 주고, 홍수·가뭄 피해와도 관련이 있다. 장마를 비롯해 아시아 몬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이유다.
     
    중국 칭다오 해양과학기술연구소와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 연구팀은 2019년 4월 미국 기상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구로시오 해류의 위치 변동이 장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구로시오 해류가 남쪽으로 처지면 북부 동중국해와 우리나라 동해의 수온은 물론 상공의 기온까지 떨어지면서 많은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구로시오 해류 변동은 북태평양 아열대 해수면의 기압 변동 탓이고, 이는 다시 북극 진동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기압 차이가 벌어졌다 줄었다 반복하는 변동인 북극진동은 기후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중국 광둥 해양대학 연구팀은 지난해 9월 ‘대기·해양과학 회보’에 게재한 논문에서 “엘니뇨-남방진동(ENSO)이 장마철 강수량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1958~2018년 사이 인도와 북서 태평양 몬순을 분석한 결과, 엘니뇨 영향을 받는 해는 몬순 강도가 강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동에는 열대 대서양의 해수면 온도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지난해 8월 5일 폭우로 한탄강이 넘쳐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일대가 침수됐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5일 폭우로 한탄강이 넘쳐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일대가 침수됐다. [연합뉴스]

    하지만 장은철 교수는 “엘니뇨가 장마에 영향을 미치는 해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해도 있어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엘니뇨는 겨울철에, 장마는 여름철에 나타나는데, 엘니뇨의 정보(영향)를 간직했다가 6개월 늦게 표출하는 메커니즘을 찾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수백 년, 수십 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과거 기후와 장마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후변화로 달라질 미래의 장마까지 전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방법이 산소 동위원소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산소 동위원소로는 O-16, O-17, O-18 등 3가지가 있고, 98%가 O-16이다. O-18이 포함된 물은 상대적으로 높은 기온에서 수증기가 되고 기온이 하강하면 더 빨리 비가 돼 떨어진다. 해양생물 껍질이나 석회동굴 석순의 탄산칼슘, 얼음 시료 등에서 O-18과 O-16의 비율은 알면 과거의 기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달 초 미국 브라운대학 연구팀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산소 동위원소 방법으로 홍적세(Pleistocene, 258만년 전~1만1700년 전)의 기후를 재구성했다. 최근에 나타나는 온실가스 증가와 동남아 여름 몬순 변동 사이의 관련성이 과거 90만 년 동안의 변동에서도 확인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하경자 교수팀은 지난해 3월 ‘지구 물리 연구 회보’에 게재한 논문에서 “향후 동아시아 여름 몬순의 경우 일찍 시작되고 늦게 물러가면서 장마가 길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 교수는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수증기가 상승하고 비가 돼 내리는 과정이 빨라지고, 수증기가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져 강한 비가 내리는 빈도가 커진다”며 “한반도와 일본 남부에서는 장마철 폭우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마 연구가 활발하다는 것은 우리가 장마를 잘 모른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날이 가물까, 폭우가 쏟아지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면서도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 대기를 헝클어 놓는 게 우리 인류이기도 하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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