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읽기] 칭찬은 절제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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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절제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굳이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The marshmallow experiment)의 결과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절제하는 사람들의 성공 신화를 삶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순간의 분을 참지 못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만 자들의 비참한 최후도 알고 있으며, 잘 참아오다가 마지막 순간 눈앞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안타까운 실패담도 잘 알고 있다.
     

    절제와 향유의 대상 구분해야
    동료에 대한 빈번한 칭찬으로
    기분좋은 일터 만드는 리더 절실

    다양한 삶의 경험과 관련 연구의 증언을 통해 자기 절제는 현대인이 갖춰야 할 덕목이자, 능력과 더불어 가장 확실한 성공 공식이 되었다. 그러니, 단순히 평균적으로 보자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자기 절제를 잘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절제에도 절제가 필요하다. 삶의 모든 것이 절제의 대상은 아니다. 분노와 욕정은 절제의 대상이지만, 사랑과 기쁨은 절제의 대상이 아니다. 화를 너무 자주, 너무 과하게 내지 않도록 절제하는 것은 성찰의 측면이지만, 사랑 표현을 너무 자주, 너무 과하게 하지 않기 위해 절제하는 것은 절제의 남용이자 오용이다.
     
    물론 과유불급이란 말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결핍과 과잉의 상대적 부작용을 비교해보면, 결핍보다 과잉의 부작용이 적은 것들이 많이 있다. 절제의 대상이 되는 것들은 결핍이 만들어내는 문제보다 과잉이 만들어내는 문제가 많은 것들이다. 반면에 향유의 대상이 되는 것들은 과잉의 문제보다 결핍의 문제가 더 심각한 것들이다.
     
    절제의 달인들은 절제의 대상과 향유의 대상을 정확히 구분할 줄 안다. 이들은 절제하지 말아야 할 대상에 대해서는 선을 넘는 향유를 즐긴다. 특히, 사랑과 기쁨과 감사에 대해서는 습관적으로 무절제하다. 그들의 감사 목록은 넘쳐나고, 감사 표현은 쉼이 없다. 감사의 결핍보다 감사의 과잉이 부작용이 적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좋은 것도 과하면 독이 된다는 가르침을 너무 철저하게 받아온 나머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절제하는 습관을 지니게 되었다. 과유불급의 가르침이 과유불급이 된 셈이다. 특히 칭찬에 관하여 그렇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제대로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사람들이 3분의 2에 육박한다. 야단을 자주 하는 상사가 싫다는 이야기는 많아도, 칭찬을 자주 하는 상사가 싫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상사들은 왜 그럴까? 칭찬과 인정에 그토록 목말라하던 그들이 왜 상사만 되면 칭찬과 인정에 절제하는 걸까?
     
    상사가 되는 순간, 과도한 칭찬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과학적 증거가 회사로부터 은밀하게 제공되는 것일까? 거기에 더해 과도한 칭찬은 리더의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과학적 증거도 제공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나도 칭찬을 못 받아봤으니 너도 받으면 안 된다는 심술을 부리고 있는 것일까?
     
    긍정적인 리더가 부정적인 리더보다 조직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리더들은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부정적인 상사와 일할 때 정신건강이 악화되고 심장질환에 취약해진다는 연구들이 존재한다. 부정적인 상사란 정말이지 혈압 오르게 하는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매사에 비판 일색인 상사가 있다면 혹은 그런 동료가 있다면, 월급을 주고 차라리 집에 머무르게 하는 게 어떨까? 그들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최대한 해보되 진전이 없으면, 굳이 출근시키기보다는 나쁜 상사에 관한 보고서나 작성하게 하는 것이 전체를 위해 더 나은 일인지도 모른다.
     
    최근에 발생한 한 IT 대기업에서의 비극적 사건은 개인의 정신건강과 그에 미치는 상사와 기업의 영향력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한다. 막강한 AI 기술을 가진 곳이라면 부정적인 표현을 자주 하는 리더, 구성원의 기분을 망치는 리더들을 차라리 AI로 대체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사들은 속으로 자기 아랫사람들이 AI였으면 하고 바란다. 시키는 일을 완벽하게 해내면서 동시에 어떤 불평불만도 없는 기계 같은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놓치고 있는 엄연한 사실 하나가 있으니, 바로 자신의 아랫사람들은 상사인 그가 AI로 대체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사실이다.
     
    예측 불가능한 기분 변화, 불분명한 업무 지시, 구시대적 권위 의식, 그리고 사람의 내면에 대한 무관심. 부정적 리더가 지녀야 할 모든 자격을 완벽하게 갖춘 리더들이 유일하게 열심인 것이 칭찬에 대한 절제라면 그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지지리도 복이 없다. 상사의 칭찬은 절제의 대상이 아니다. 절대로.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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