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방대 붕괴 위기, 국가 전략과 대학 자율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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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지방 대학의 대책 없는 붕괴를 막을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인구 급감으로 지방대가 무너지면 지역사회가 황폐해지고 국가 인재양성 시스템도 결국 와해한다. 국가 균형발전 노력도 물거품이 될 것이고, 그 재앙의 도미노에서 수도권이라고 해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대학구조개혁 평가(2015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2018년) 등 교육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교육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퇴출 사학에 명예로운 퇴로 제공
    회생 가능 지방대엔 파격 지원을

    교육부는 최근에도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이란 대책을 발표했다. 대학의 자율적 정원 감축과 ‘한계대학’ 정리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대학 모두 반응이 싸늘하다. 수도권 대학들은 지방의 구조적 문제를 무리하게 수도권에 전가한다고 불만이다. 반면 지방 대학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그대로 둔 미봉책일 뿐이라며 비판한다. 이제는 교육부 차원을 넘어 정부 각 부처와 정치권, 지방 정부들이 협력해 국가 전략 차원의 종합적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지방대 붕괴 대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회생 가능성 없는 한계대학 정리다. 과감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적 판단이지만, 그로 인해 지역 경제와 사회 문화의 황폐화가 우려되고 대학 구성원의 생존 위기 문제 등을 고려하면 무조건 밀어붙일 일만은 아니다. 또한 해당 대학 설립자가 권리를 주장하며 협조하지 않으면 현실적인 어려움이 배가된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실용적 발상이 절실하다. 당연히 과거 사학법 개정 사태 때처럼 이 문제를 정쟁 대상으로 끌고 가서도 안 된다. 부실 대학은 과감하게 폐교하고 설립자에게는 명예롭게 물러설 길을 열어줘야 한다. 대학이 문을 닫는 마당에 설립자가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것을 막아야 하고, 재단이 교육의 공적 역할을 이행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설립자가 합당한 수준의 권리를 보장받으면서 퇴진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정치권, 지방정부가 다 함께 나서서 교육의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사학의 재산상 권리에 대한 전향적인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
     
    부실대학 선제적 정리의 전제는 대학이 무너져도 지역사회는 버텨내고 활성화될 수 있는 길을 찾는다는 점이다. 이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과 향후 전개될 지방 행정조직의 변동이 그 하나다. ‘디지털 문명-지식기반사회-평생학습시대’의 보편적 구현이 다른 하나다.
     
    전자는 이제 우리에게 서울대급 국가중추대학이 적어도 두세 곳이 더 필요함을 일러준다. 인구급감은 지방 행정조직의 조정을 야기할 테니 대단위 통합이 이뤄지는 지역의 대학은 이러한 국가중추대학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그 외의 대학은 후자와 같은 문명조건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지역사회의 경제와 문화적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부실한 사학법인의 경우도 엄격한 조건을 전제하고 일몰제 방식의 기한을 설정해 지역의 문화 사업을 담당하는 다른 형태의 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식도 고민해봄 직하다.
     
    회생 가능한 지방대는 파격적으로 지원해 재도약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다. 대학은 구성원 동의로 객관적 판단 기준에 부합하는 자율적 혁신안을 마련해야 한다. 천편일률적이고 개성 없는 학사 구조를 혁파하고 독창적인 전공 및 교과과정 구성안을 제시해야 한다. 학생들이 지역에 상관없이 자신의 미래 가치를 고려해 선택할 수 있게 하면서 동시에 인구 절벽 시대에 부합하는 현실적인 정원 조정안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의 발상 전환과 대학의 자율적 혁신만이 무너져가는 지역과 대학을 함께 살릴 수 있다.
     
    이재영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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