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 존의 문화산책] 팬데믹 시대의 타향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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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바 존 한국프랑스학교 사서

    팬데믹 시대의 타향살이는 매우 힘들 수 있다. 특히 지난 18개월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간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염려하고 그들을 거의 만날 수 없는 상황 탓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방역협조 한국인 인상적
    백신접종자 입국 격리면제
    해외 접종 외국인은 격리
    차별적 정책 결정은 유감

    지난 여름 내내 한국에 머무르면서 나는 가족들에게 크리스마스 때나 보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나 12월이 되었을 때는 방역 조치 강화로 업무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봐 출국하지 못했다. 또 자칫하면 나와 내 직계 가족이 감염될 수도 있고, 당시 백신 접종 전이었던 부모님이 우리 때문에 위험해질 가능성도 생각해야 했다.
     
    이제 1년 반 만에 처음으로 한국 밖을 며칠 동안 여행하게 되었다. 고향 프랑스에 가는 것은 3년 만이다. 부모, 형제를 만날 생각에 몹시 설레면서도 긴장감을 비롯한 온갖 감정이 뒤섞여 있다. 돌아가겠다는 결정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물론 나로서는 한국과 같이 위기에 훌륭하게 대처하는 나라에서 사는 것에 대해 늘 감사한 마음이다. 확진자 수는 상당히 적고, 병원들은 환자를 치료하는 데 필요한 설비를 제대로 갖췄으며, 프랑스에 사는 내 친구들과 가족들이 몇 달간 경험한 엄중한 봉쇄령이 필요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도 않았다.
     
    한국과 프랑스의 상황을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두 나라의 지도자들이 상당히 다른 전략을 취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한국은 가능한 한 ‘확진자 0명’에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반면 프랑스는 ‘바이러스와 함께 살기’를 터득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문화산책 7/1

    문화산책 7/1

    프랑스에서는 작년 초 몇몇 국회의원들이 ‘코로나19는 해롭지 않은 독감일 뿐’이며 마스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발언하는 등 초동대처에서 정치적 실수가 있었다. 그러나 두 나라의 확진자 수를 비교할 때 EU 회원국인 프랑스는 국경 봉쇄가 어려운 반면 대한민국은 사실상 섬이나 다름없다는 지정학적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인들이 코로나19 방역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국인들이 이런 단결력을 발휘하는 사례가 결코 생소하지 않았던 바, 나는 한국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인들의 협동에 있다고 확신한다.
     
    한국 정부가 팬데믹 시대에 전반적으로 잘 대처하기는 했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첫째, 팬데믹 시대라고 해서 경제 및 사회적 불평등, 자살문제, 출산율 저하, 환경문제 등 주요 현안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례로 여러 항공사에서 승객들이 면세품을 구입하고 비행기로 현지 상공을 배회한 뒤 출발 공항으로 되돌아오는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을 출시했다. 그러나 이는 비행기로 인한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감안하지 않은 상품이다.
     
    둘째, 확진자 수에 따라 일시적으로 국경을 폐쇄하거나 차등적인 여행 규제 조치를 실시할 수 있지만, 공중보건 위협을 근거로, 아니 그 어떤 근거를 들더라도 차별적인 의사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일부 한국인들은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도 있는데, 몇 달 전 서울시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몇몇 공장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모든 재한 외국인들에게 의무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고 고지했다. 감염자 동선에 대한 효율적인 추적이 아닌 국적에 근거한 검사 요구는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처사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선거 득표율을 높이기 위한 속셈과 더불어) 순전한 차별로 이어진 사례라 하겠다. 다행스럽게도 여러 대사관 및 상공회의소의 항의로 서울시는 해당 조치를 철회했다.
     
    최근 뉴스에서 백신 접종자는 해외에 나갔다가 입국 시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백신 접종을 마친 기업인들 역시 격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학자들, 한국 가족을 방문하는 해외 거주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번 여름에 출국해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받은 재한 외국인들은 한국에 재입국할 때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이는 불공정한 처사다. 무엇을 근거로 한 차별인가?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받는 것 자체가 한국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외국인들은 어째서 해외에서 접종을 받은 한국인 방문자들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없는가? 외려 그들은 상대적으로 백신 접종이 늦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더 빨리 받기 때문에 면역도 더 빨리 생긴다. 코로나19가 최대의 적이라는 이유로 차별적 조치가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합리적으로, 조심스럽게, 참을성 있게 처신하면서 팬데믹 시대가 속히 끝나기를 기다려 보자.
     
    에바 존 한국프랑스학교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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