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문 대통령은 왜 김정은을 칭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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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긍정적인 면모를 강조한 건 상당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최근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고 묘사하면서 “후손들에게 핵무기라는 짐을 지우기를 원치 않는다”고 했었다.
     

    선거 전략인가, 영리한 외교술인가
    평화 위한 실용적 기대 표현했어야

    한·미의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이 평가가 놀라우리만치 긍정적인 해석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누구보다 김 위원장과 긴 시간을 보내긴 했다. 그러나 객관적 사실들은 김 위원장의 플랜을 부정적으로 보게 한다. 그는 지난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지시했고, 탄도미사일과 핵 능력을 확장해 왔다. 무엇보다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제기한 반인륜 범죄를 일삼은 억압 정권의 수장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했다는 말도 북한 정권의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거의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후손들에게 핵무기라는 짐’이란 발언은 김일성이 핵 개발을 시작할 때 했던 말과 거의 같다. ‘조선반도 비핵화’를 공언하며 김정일은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했고, 김정은은 노동당 규약에 핵보유국을 명시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호의적으로 평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네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①평화를 위한 실용적 행보=문 대통령은 영리하게도 평창 겨울 올림픽에 북한이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도록 초청했고, 이걸 통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대화를 중재할 수 있었다. 핵 능력에서 북한은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이지만, 그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실험을 실시한 적이 없고 한반도의 충돌 위험도 줄었다. 북한이 실험을 재개하면 긴장이 고조될 수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을 달래가며 북·미 대화의 여지를 열어 두는 게 낫다고 봤을 수 있다. 문제는 바이든은 트럼프가 아니란 점이다. 그렇다면 왜 김 위원장을 야단스럽게 칭찬했을까.
     
    ②선거를 위한 정치적 움직임=일련의 스캔들과 코로나 백신 보급 부진 등으로 문 대통령과 여권엔 핵심 지지층만 남았다. 대선 승리를 위해선 지지층을 확장해야 하는데, 중도층이 문 대통령이 2018년 전쟁 위기를 넘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믿을 수 있다. 이 설명엔 그러나 허점이 있다. 독재자의 호의에 기대는 건 대단히 위험한 정치 전략이란 점에서다. 대선 전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을 재개할 경우 여당은 치명타를 입을 것이다. 물론 청와대가 어떻게 해서든 평양이 선거를 망치지 않도록 애쓰겠지만(charm) 말이다.
     
    ③정치적 유산을 위한 망상적 노력=상당수 전문가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대해 그야말로 망상(妄想·delusional)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또 진보 인사들의 DNA엔 자신들에게 발림말하는 스탈린주의 독재자들을 신뢰하도록 하는 뭔가가 있다고도 여긴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서 연설할 때 15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환호했는데, 민주화·통일 운동의 경험 탓에 문 대통령과 진보 인사들은 이들이 자유의지가 있는 시민이 아닌 로봇(automaton)에 가깝다는 걸 보지 못한 채 북한이 변화하고 있고 ‘평화를 강력하게 염원하고 있다’고 믿어버린 것은 아닐까. 김 위원장이 이들에게 통일을 위해 목숨을 버리라고 해도 이들은 버릴 것이다.
     
    ④문 대통령이 옳은 경우=북한의 현재 행보를 무시해도 좋을 만큼 김 위원장이 사석에서 설득력 있게 뭔가를 얘기했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역사나 증거에 반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그러나 북한의 참혹한 인권유린 실태와 무력 증강, 명백히 기만적 발언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김 위원장의 성품에 큰 희망을 걸지 말고, 평화를 위한 실용적 기대를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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