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열성 지지자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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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규 워싱턴 특파원

    지금 미국 뉴욕은 민주당 시장 후보 경선 결과에 관심이 뜨겁다. 오는 11월 선거를 위한 민주당 후보를 뽑는 것인데, 여기서 이긴 사람이 그냥 시장이 되는 거로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공화당 쪽 후보들의 존재감은 희박하다.
     
    보수성향 토크쇼 진행자 커티스 슬리와가 경선에서 이겼지만, 지난봄 길거리에서 ‘마스크 화형식’을 한 것 말고는 그다지 관심을 못 끌었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에선 8명이나 경선에 나온 반면 공화당은 2명에 그쳤다.
     
    원래 뉴욕시가 이 정도로 ‘민주당 텃밭’은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공화당의 루디 줄리아니가 1994년부터 8년간 시장을 했고, 같은 당 후보로 나온 마이클 블룸버그가 바통을 이어받아 2013년까지 12년을 집권했다. 이후 민주당 출신 빌 더블라지오가 시장이 된 뒤부터 공화당은 좀처럼 힘을 못 쓰고 있다.
     

    2001년 10월 루디 줄리아니(오른쪽) 당시 미국 뉴욕시장이 다음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마이클 블룸버그를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01년 10월 루디 줄리아니(오른쪽) 당시 미국 뉴욕시장이 다음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마이클 블룸버그를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정은 다른 대도시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수도인 워싱턴을 비롯, 뉴저지·샌디에이고 등 11개 대도시 시장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최근 12번째 큰 도시인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공화당 출신 시장이 나왔는데, 그나마도 후보 이름 옆에 당적을 적지 않도록 한 시 선거규정 덕분이었단 평가다.
     
    대도시에서의 공화당 약세는 트럼프 집권 4년을 거치면서 더 심해진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골·백인·극우세력 등 열성 지지층에만 의지했고, 궁지에 몰렸을 때는 이들에게 자신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실제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고, 지난 대선 불복 과정에서 트럼프 편을 들지 않았거나 탄핵에 찬성했던 공화당 인사들에겐 연설장에서 야유를 쏟아냈다. 다음 선거를 앞두고 낙선 운동까지 펼치자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는 설 자리가 없게 됐다.
     
    문제는 이렇게 해서 당내 권력을 잡는 데 성공하더라도, 정작 본선에선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도널드 매키친 하원의원(버지니아)은 뉴욕타임스(NYT)에 “지금 공화당은 예전의 공화당이 아니다”라며 “트럼프가 온건한 공화당원을 많이 쫓아내면서 훨씬 작은 정당이 됐다”고 말했다. 그만큼 상대하기 쉬운 당이 됐다는 이야기다.
     
    이 와중에도 지난달 2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하이오로 ‘보복 유세’를 하러 갔다.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현역 공화당 의원을 밀어내고 자신의 옛 백악관 참모를 하원의원 후보로 세우겠다는 것이다. 다른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고 복수만 외치는 정당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될지, 이번 뉴욕시장 선거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닐 수 있다.

    김필규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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