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동영상 출마선언..가난과 멸시 ‘어린시절 일기장’ 눈길
자수성가한 흙수저..타고난 진보성향..물러서지 않는 자기확신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온라인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이재명 캠프 영상 캡처) 뉴시스
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했습니다. 여권의 가장 유력한 후보인 이재명의 출마선언방식이 야권의 유력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29일 기자회견과 너무 대조적이라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사실 형식만큼 대조적인 건 내용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살아온 삶이 그렇습니다.
2. 이재명은 이날 오전 7시30분 14분 분량의 온라인 동영상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출마선언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좀 더 젊은 감각입니다. 특히 이재명이 선언문을 읽는 동안 배경으로 나온 흑백사진은 공들여 고른 느낌이 물씬 납니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사진은 이재명의 어릴 적 일기장입니다. 3페이지입니다.
3. 첫 페이지는 공장에서 일하던 1980년 7월. ‘공부하기가 싫어진다. 그러면서도 평생 공돌이로 썩고 싶은 생각도 없다.’
두번째는 검정고시로 중앙대에 입학해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1984년 12월. ‘재명아 정신차려라.’
세번째는 사법시헙 합격후인 1987년 4월. ‘몇몇 못난 인간들의 노골적인 멸시태도를 보면 혐오감에 이어 자책감이 생기지 않는 건 아니나..그런 행태를 보고 내 사고와 행동을 반성할 수 있어 다행스러운 생각도 든다..’
4. 일기장이 화면배경에 등장하는 순간..이재명이 읽은 선언문은 ‘누군가의 미래가 궁금하면 그의 과거를 보아야 합니다’라는 대목입니다.
이재명의 차분한 나래이션과 일기장 화면이 잘 어울렸습니다. 자신의 가난했던 과거에서 비롯된 고통, 사법시험 통과라는 성취에도 불구하고 이어졌던 모멸, 그리고 이를 모두 이겨낸 노력과 성찰적 태도..동영상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5. 이런 과거이기에 이재명은 천생 진보입니다. 그 숙명적 진보성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특권과 반칙에 기반한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 정치로, 모두 함께 잘 사는 대동세상을 향해 가야합니다.’
‘누군가의 부당이익은 누군가의 손실입니다.강자가 규칙을 어겨 얻는 이익은 규칙을 어길 힘조차 없는 약자의 피해입니다.’
‘개혁정책일수록 기득권 반발은 더 큽니다..강력한 추진력이 있어야 개혁정책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대대적 산업경제구조 재편은 민간기업과 시장만으로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6.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와주는 ‘억강부약’정책을 추진하는데, 기득권의 반대를 돌파하는 추진력을 발휘하겠으며, 이는 결국 시장에 맡겨선 안되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전형적인 진보철학입니다.
이재명은‘확고한 철학과 강력한 추진력으로 저항을 이겨내며 성과로 증명해왔다’며 ‘증명된 후보’임을 강조합니다.
7. 그런데 이재명은 출마선언을 한 30일 사과를 해야했습니다. 민주당 후보 9명의 공동기자회견 자리에서 기자들이 ‘사생활 관련 도덕성 문제’를 물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은 이 자리에서 형과 형수에게 쏟아부었던 폭언에 사과했습니다.
‘가족에게 폭언한 것은 사실이다. (형이) 어머니를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졌기 때문에 참기 어려웠다.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어쩔지 모르겠다..갈등의 원인은 가족들의 시정개입 이권개입을 막다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국민께서 그런 점을 감안해주시고 제 부족함은 용서해주시기 바란다.’
8. 이재명은 사과했지만 여러가지 단서를 달았습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들어보기 힘든 찰진 욕’이라 표현했을 정도의 폭언임에도 불구하고..이재명은 불가피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만큼 이재명은 자기확신이 강한 사람입니다. 워낙 엄청난 자수성가 주인공이니까요..
과연 유권자들이 찰진 욕설의 불가피성을 얼마나 인정해줄지 의문입니다.
9. 이재명은 사생활 가운데 배우 김부선이 주장해온 불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부인해왔으니까요.
‘형수 욕설’이나 ‘김부선 불륜’은 이미 알려진 리스크입니다. 덜 리스키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선에선..성공신화에 가려져온 도덕성 문제도..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습니다. 도덕성이 개인의 성품을 넘어 국가의 품격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칼럼니스트〉
2021.07.01.
[오병상의 코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