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서방이 인권 때리면 중국은 서방의 ‘원죄’ 까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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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노청년(憤怒靑年)’이 들끓는 중국이 서방의 잇따른 인권 때리기에 그저 맞고만 있을 리 만무하다. 중국이 최근 서방의 ‘원죄(原罪)’를 파고드는 새로운 전술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서방의 여러 나라가 과거 식민지를 운영할 때 저지른 비행을 만천하에 폭로하며 그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서방의 중국 인권 공세에 맞불을 놓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벌어진 중국과 캐나다 간 한바탕 싸움이 대표적인 예다. 선공에 나선 건 중국이었다.

    지난 5월 말 캐나다 서부 원주민 기숙학교 터에서 발견된 215구의 아동 유해를 추모하기 위한 공간.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월 말 캐나다 서부 원주민 기숙학교 터에서 발견된 215구의 아동 유해를 추모하기 위한 공간.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 터에서 지난 5월 말 발굴된 아동 유해 215구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캐나다를 차지한 백인들은 원주민 아이들을 정부와 교회가 운영하는 기숙학교에 가두고 교육했는데 이 과정에서 학대 등으로 많은 아이가 사망했다. 1874년 시작해 1966년까지 130여 기숙학교가 캐나다 곳곳에서 운영됐으며 이제까지 4000여 어린이가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캐나다 서부에서 발견된 215구 아동 유해 중엔 세 살 아기도 있었다. 언제 또 어떻게 숨졌는지는 조사 중이다.  

    서방의 인권 공세에 맞불 놓는 새로운 전술 마련한 중국
    서방이 과거 식민지 운영하며 저지른 비행 만천하에 폭로
    캐나다 기숙학교 암매장 사건과 호주의 아프간 만행 비난
    영국엔 포클랜드 제도 아르헨티나에 돌려주라며 무기 팔고
    미군기지 있는 차고스 제도는 모리셔스에 반환하라고 압력

    겅솽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지난달 24일 아르헨티나와 영국 간 영유권 분쟁을 빚는 포클랜드 제도에 대해 중국은 아르헨티나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천명했다. 중국은 아르헨티나에 무기도 팔고 있다. [중국 왕이망 캡처]

    겅솽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지난달 24일 아르헨티나와 영국 간 영유권 분쟁을 빚는 포클랜드 제도에 대해 중국은 아르헨티나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천명했다. 중국은 아르헨티나에 무기도 팔고 있다. [중국 왕이망 캡처]

    중국은 캐나다 정부가 원주민에 가한 ‘인종 말살’의 죄상을 세계가 나서서 독립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 등 서방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과 관련해 중국을 상대로 독립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말을 되받아치는 모양새다. 이틀 후인 24일엔 겅솽(耿爽) 유엔주재 중국대사가 “말비나스 군도의 주권에 대한 아르헨티나의 정당한 요구를 중국은 굳건하게 지지한다”고 천명했다. 말비나스 군도는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영유권 분쟁을 빚는 포클랜드 제도를 가리킨다. 1982년엔 전쟁까지 발생해 두 달 만에 아르헨티나가 항복했었다.  

    중국의 전랑화가(戰狼畵家) 우허치린(烏合麒麟)이 그린 ‘평화의 군대’. 호주 군인이 양을 안은 아프간 어린이의 목에 피 묻은 칼을 겨누고 있다. 이 섬뜩한 그림을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이 퍼 날라 호주를 격분시켰다. [트위터 캡처]

    중국의 전랑화가(戰狼畵家) 우허치린(烏合麒麟)이 그린 ‘평화의 군대’. 호주 군인이 양을 안은 아프간 어린이의 목에 피 묻은 칼을 겨누고 있다. 이 섬뜩한 그림을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이 퍼 날라 호주를 격분시켰다. [트위터 캡처]

    중국은 2010년부터 아르헨티나 입장을 지지해왔지만, 고위 외교관이 유엔과 같은 무대에서 공식적으로 아르헨티나 지지 성명을 발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중국이 달라진 것이다. 시작은 지난해 말부터다. 당시 호주 정부는 한 보고서를 통해 2009~2013년 아프간에 파병된 호주 군인들이 포로와 민간인 등 39명을 불법적으로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호주 군인이 양을 안은 아프간 어린이 목에 피 묻은 칼을 겨눈 섬뜩한 그림을 퍼 나르며 호주를 비난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격분해 삭제를 요청했을 정도다.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의 남서부에 위치한 차고스 제도. 이 곳의 가장 큰 섬 디에고 가르시아에는 미군 기지가 자리잡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의 남서부에 위치한 차고스 제도. 이 곳의 가장 큰 섬 디에고 가르시아에는 미군 기지가 자리잡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후 중국은 서방의 원죄와도 같은 과거 식민지 운영 시절의 만행을 까발리는 방식으로 서방의 인권 공세에 맞불을 놓고 있다. 영국의 마지막 식민지로 알려진 인도양의 차고스 제도도 중국의 타깃이다. 영국은 1965년 모리셔스로부터 차고스 제도를 분리한 뒤 차고스 제도의 가장 큰 섬인 디에고 가르시아를 미국에 군사기지로 빌려줬다. 유엔 총회에선 2019년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로 반환하라는 안건이 압도적으로 통과됐지만, 영국은 듣지 않고 있다.  
    이곳의 미군 기지 캠프 저스티스는 중국 입장에선 눈엣가시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마련한 첫 번째 군사기지 지부티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데다 중국 해군이 믈라카 해협을 나와 인도양을 가로질러 갈 때도 저스티스의 감시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국제사회에서 차고스 제도를 중국과 가까운 모리셔스로 돌려주라는 중국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를 건 뻔한 이치다.

    모리셔스에서 차고스 제도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모리셔스에서 차고스 제도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서방의 원죄를 따지는 중국의 성토는 말에 그치지 않는다. 영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아르헨티나엔 무기도 판다. 장갑차와 각종 보병 화기는 물론 최근엔 초음속 전투기 판매가 거론되고 있다. 이는 포클랜드 제도의 군사적 균형을 깰 수 있는 것으로 영국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사안이다. 중국은 평화적 굴기를 말하지만, 그 행태는 자칫 전쟁을 부추긴다는 의심도 낳을 수 있다. 지구촌에 화약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이유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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