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의 위험한 인식이 촉발한 역사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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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오후 경북 안동시 경상북도 유교문화회관을 방문해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뉴시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오후 경북 안동시 경상북도 유교문화회관을 방문해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 수립 단계와는 달라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다시 그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의 이육사문학관에서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며 한 발언이다. 앞서 김원웅 광복회장이 고교생 대상 강연에서 ‘미군을 점령군, 소련군을 해방군’이라고 한 것과 맞물리며 큰 논란을 불렀다. 이후에도 이 지사 측은 “미군도 점령군이라고 (자칭)했다”면서 비판자들을 향해 “역사 지식 부재부터 채우라”고 버텼다.
     

    “친일 세력이 미 점령군과 합작” 주장
    실상과 다른, ‘편가르기’용 아닌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국가 지도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자 위험천만한 인식이다. 흔히 『해방전후사의 인식』으로 대표되는, 한때 운동권을 사로잡았고 진보 진영의 일부 학자가 주장하는 철 지났거나 변방의 이론 영향으로 보이는데 이는 사실과 어긋난다. 소련 군정이 일사불란하고 주도면밀하게 김일성 북한 정권을 만든 것과 달리 미 군정하의 남한에선 반공우파·민족주의·사회주의 계열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체제였다. ‘친일파 지배’ 주장도 잘못이다. 이승만 초대 정부만 봐도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입법·사법·행정부 수장이 임시정부 요인이나 독립운동가 출신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임정의 초대 대통령이었고, 제헌국회 의장인 신익희도 임정의 내무부장 출신이다. 초대 대법원장인 김병로는 항일 민족단체인 신간회 중앙집행위원장이었다. 장관들도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다수였다. 친일 청산을 했다고 선전하는 북한의 현실이 외려 달랐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기도 하다.
     
    오죽하면 “이왕 도움을 받아야 하는 초라한 형편에서 소련이 아니라 미국의 도움을 받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 정당성을 북한에 주고 자신을 온갖 치욕 덩어리로 전락시키며 스스로 너무 자학하지 말자”(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말이 나오겠는가.
     
    그런데도 집권세력 사이에서 이 지사와 비슷한 주장이 반복되는 건 정치적 의도 때문이라고 본다. 특정 정치집단을 공격하고 편 가르기 위해 현 정부가 빈번하게 동원해 온 ‘친일 프레임’ 말이다. “권력자들이 역사적 사실을 조작하고 이용해서 자신의 정치적 명분을 민족의 역사와 동일시하고 대중을 선동한다”(『권력은 왜 역사를 지배하려 하는가』)던 바로 그 방식이다. 그러니 청와대도 일련의 계속된 논란에도 가타부타 말이 없는 것 아닌가. 무책임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역사논쟁 형식이지만 정치논쟁이 됐다. 야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국정을 장악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다음 정권까지 노리고 있는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지향하고 누구를 대표하냐”고 공개 반박에 나섰다. 미래, 아니 오늘을 두고 경쟁해도 시원찮을 판에 70여 년 전 일을 두고 싸운다.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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